“엔화 쌀 때 일본 한번 다녀오자.”
환율을 보고 항공권을 검색합니다. 그런데 호텔까지 고르니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넘습니다.
분명 엔화가 싸다는데, 여행은 왜 비쌀까요?
답은 두 가지입니다. 일본에서 내야 할 가격이 올랐거나, 싸다는 생각에 우리가 더 많이 쓰는 겁니다.
환율에서 아낀 돈, 호텔에서 다시 낸다
우리가 실제로 내는 돈은 ‘엔화 가격 × 환율’입니다. 환율이 내려가도 현지 가격이 더 오르면 원화 지출은 늘어납니다.
가상의 호텔 가격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아래 환율은 현재 시세가 아닌 계산용 예시입니다.
| 구분 | 이전 | 이후 |
|---|---|---|
| 100엔당 환율 | 900원 | 850원 |
| 1박 숙박료 | 20,000엔 | 22,000엔 |
| 원화로 낼 돈 | 180,000원 | 187,000원 |
엔화는 약 5.6% 싸졌지만, 방값은 10% 올랐습니다. 결국 하룻밤에 7,000원을 더 냅니다.
“환전은 잘했는데, 숙박비는 더 나왔네.”
실제 숙박료도 올랐습니다. 연합뉴스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STR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5월 일본 호텔의 평균 객실 단가는 21,795엔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5% 올랐습니다. [자료 출처]
엔저가 주는 할인과 호텔의 가격 인상은 동시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여행비를 계산할 때 둘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엔저를 반기는 사람은 여행객만이 아니다
여행객은 엔화가 싸지면 같은 예산으로 더 좋은 숙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더 높은 객실료를 받을 기회가 생기는 셈입니다.
물론 모든 호텔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과 날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토요일 밤 도쿄의 방을 예약하려는 사람은 한국인만이 아닙니다. 여러 나라 여행객이 같은 객실을 찾는데, 호텔이 그날 팔 수 있는 방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때 호텔은 객실료를 올려도 예약이 들어오는지 살핍니다. 손님이 계속 찾는다면 가격을 낮출 이유가 줄어듭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결정력’입니다. 쉽게 말해, 가격을 올려도 손님을 잃지 않을 힘입니다.
이렇게 보면 엔저의 혜택은 여행객에게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인상된 숙박료를 통해 호텔의 매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보다 싸잖아”가 지출을 늘린다
여행비를 키우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장바구니에 있습니다.
“이 가격이면 하나 더 사도 되겠는데?”
처음에는 운동화 한 켤레만 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보다 싸다는 생각에 티셔츠와 가방까지 고릅니다.
각각의 물건은 저렴하게 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산대에서 내는 돈은 처음 계획보다 많아집니다.
우리는 이때 ‘얼마를 썼는가’보다 ‘얼마나 싸게 샀는가’에 집중하기 쉽습니다. 할인받았다는 만족이 추가 지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겁니다.
같은 일이 숙소에서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환전으로 아꼈다고 생각한 돈을 조식이나 객실 업그레이드에 쓰는 식입니다.
이런 소비가 꼭 낭비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좋은 방을 골라 만족이 커진 것과 여행비 자체가 줄어든 것은 다른 결과입니다.
일본 여행이 싼지는 예약창에서 결정된다
“엔화가 얼마면 여행을 가도 될까요?”
여행 예산을 따질 때는 환율 하나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원하는 날짜의 항공권과 숙박비를 합쳐봐야 합니다.
그다음 식비·교통비·쇼핑비를 넣습니다. 호텔은 세금과 조식 포함 여부까지 맞춰 비교해야 실제 차이가 보입니다.
환율이 조금 유리해진 날보다, 숙박비가 내려간 날짜에 출발하는 편이 총지출을 더 줄일 수도 있습니다.
쇼핑할 때도 질문 하나를 바꿔보면 좋습니다.
“한국보다 얼마나 싸지?”에 앞서
“여행 전에도 사려고 했던 물건인가?”
우리는 환전할 때 몇 천 원을 아끼려고 앱을 여러 번 켭니다. 그러고는 여행지에서 “이왕 왔으니까”라며 몇 만 원을 더 쓰기도 합니다.
엔화를 싸게 산 기쁨은 분명합니다. 그 기쁨이 실제 절약으로 이어졌는지는, 여행을 마친 뒤 지출 총액이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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