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세웠는데 설마 걸리겠어?”
차를 세우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표지판을 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합니다.
“걸리면 얼마지?”
이 순간 규칙은 지켜야 할 약속에서 돈을 내고 넘을 수도 있는 선으로 바뀝니다. 과태료가 무서워야 하는데, 때로는 가격표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과태료는 무엇에 매기는 돈일까?
일상에서는 과태료도 흔히 ‘벌금’이라고 부릅니다. 법적으로는 다릅니다. 과태료는 행정상 의무를 어겼을 때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입니다.
목적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주차 규칙은 다른 차와 보행자가 길을 쓸 수 있게 합니다. 사업장의 신고 의무는 필요한 정보를 제때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규칙을 어기면 나만 편해질 수 있습니다. 대신 그 불편과 위험을 다른 사람이 떠안습니다. 과태료는 그런 선택을 막기 위해 붙인 비용입니다.

돈을 매기면 왜 규칙을 더 어길 수도 있을까?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면 직원이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연구진은 지각한 부모에게 돈을 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지각은 줄지 않고 늘었습니다. 연구진은 부모가 그 돈을 늦게 데리러 와도 되는 대가처럼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특정 어린이집에서 나온 결과이지, 모든 과태료가 역효과를 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돈을 냈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생기면, 규칙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은 금액보다 ‘걸릴 가능성’을 계산한다
과태료가 얼마인지 몰라도 단속이 거의 없다고 느끼면 “이번 한 번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금액이 크지 않아도 위반할 때마다 적발된다고 느끼면 행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 산하 연구기관이 정리한 억제 연구에서도 처벌의 강도보다 적발의 확실성이 행동을 막는 데 더 중요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주로 범죄 억제를 다룹니다. 그 결과를 한국의 모든 과태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자도 비슷한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위반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제재금만 올려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비용 차이는 결국 정직하게 규칙을 지키는 가게와 손님에게 돌아갑니다.

제가 보는 핵심은 금액보다 규칙의 의미입니다
저는 과태료를 무조건 높이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봅니다. 먼저 규칙을 왜 지켜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속은 예측 가능하고 일관돼야 합니다. 위반으로 얻는 편의가 남에게 어떤 비용을 넘기는지도 보여줘야 합니다.
돈만 크게 매기면 사람은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내면 되는데?”
하지만 우리가 듣고 싶은 질문은 다릅니다.
“내가 이렇게 하면 누가 불편해지지?”
과태료의 목적은 고지서를 많이 보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돈을 내기 전에 멈추게 하는 것. 저는 그것이 잘 설계된 과태료의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법무부 과태료 해설 · Gneezy·Rustichini 연구 · 미국 국립사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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