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올랐다면서, 왜 내 예금은 그대로야?”

대출 이자는 늘었는데 예금 이자는 시원찮습니다. 같은 은행에 돈을 맡기고 빌리는데, 손해는 늘 내 쪽인 것 같습니다.

이 차이는 기분 탓만은 아닙니다. 다만 이유를 찾으려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은행이 돈을 구하고 빌려주는 방식을 봐야 합니다.

대출은 올랐고, 예금은 멈췄다

한국은행이 9월 30일 발표한 2026년 8월 통계에서 신규 대출금리는 연 4.40%였습니다. 전월보다 0.13%포인트 올랐지만, 저축성수신금리는 3.21%로 그대로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4.48%에서 4.66%로 올랐습니다. 반대로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48%에서 3.39%로 내려갔습니다.

같은 1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대출 이자는 연 18만원 늘고 예금 이자는 세전 연 9만원 줄어듭니다. 원금이 1년간 그대로라는 가정이며, 기존 계약이 모두 이렇게 바뀐다는 뜻은 아닙니다.

열심히 모은 돈에서 받는 이자는 줄고, 빌린 돈에 내는 이자는 늘었습니다. 불만이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도 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기준금리는 모든 금융상품에 똑같이 붙는 가격표가 아닙니다. 예금금리에는 은행이 지금 얼마나 돈을 모아야 하는지, 다른 은행과 얼마나 경쟁하는지도 반영됩니다.

은행은 예금만으로 돈을 구하지 않습니다.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으니, 예금을 더 받으려고 높은 이자를 줄 필요가 얼마나 큰지가 중요합니다.

2022년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은행들이 예금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주요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5% 안팎까지 뛰었습니다.

예금금리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저축했는지보다, 은행이 내 돈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여기에 예금자의 서운함이 있다고 봅니다. 꾸준히 거래한 보답을 기대하지만, 은행은 그때의 자금 사정과 경쟁에 따라 금리를 정합니다.

은행 상담 창구에서 대출 약정을 확인하는 손님
AI 생성 이미지

그런데 대출금리는 왜 따로 움직일까

대출금리는 보통 금융채 금리나 코픽스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정합니다. 코픽스는 은행이 예금과 은행채 등으로 돈을 구할 때 든 비용을 반영한 지수입니다.

같은 은행이라도 대출상품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고객의 신용과 대출 조건, 우대금리 적용 여부도 최종 금리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예금금리 하나만 보고 대출금리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은행이 “시장금리가 올라서요”라는 말로 설명을 끝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궁금한 것은 자기 이자가 오른 이유입니다. 기준이 되는 금리가 올랐는지, 우대조건을 놓쳤는지부터 구분해 알려줘야 합니다.

받는 이자와 내는 이자, 무엇부터 확인할까

예금은 새 상품의 금리가 올라도 기존 계약에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변동금리 대출도 약정한 금리 변경 주기에 따라 움직이므로, 뉴스와 내 통장의 변화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은행 앱에서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보면 됩니다. 내 대출의 기준금리, 다음 금리 변경일, 우대금리 조건입니다.

다른 은행 대출이 싸 보인다면 중도상환수수료와 새로 드는 비용까지 비교해야 합니다. 예금도 만기 전에 깨면 약정 이자를 못 받을 수 있으니, 광고 금리만 보고 옮기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집에서 계산기로 금융상품 조건을 비교하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금리를 기다리기보다, 내 계약을 보자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기준금리가 올랐으니 예금도 곧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기다리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예금은 은행이 고객의 돈을 끌어오는 가격이고, 대출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가격입니다. 두 가격이 같은 속도로 움직일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거래 조건입니다. 만기가 다가온 예금과 금리 변경을 앞둔 대출부터 비교하는 편이 낫습니다.

“오래 거래했으니까 괜찮겠지.” 돈을 맡길 때도 빌릴 때도, 이 믿음부터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자료

한국은행: 2026년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2026.9.30)

비즈워치: 대출과 정기예금 금리 변화 (2026.10.2) · 2022년과 지금의 예금금리가 다른 이유 (2026.10.1)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안내 (2026.10.3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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