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집에서 담가야 싸지.
김장철이면 한 번쯤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장을 본 영수증에는 배추와 고춧가루 값만 찍힙니다. 배추를 나르고, 양념을 버무리고, 통을 씻은 사람의 시간은 어디에 적어야 할까요?
김장과 포장김치 중 무엇이 싼지 알려면 만든 김치의 양이 아니라 끝까지 먹은 김치의 양을 봐야 합니다.
20포기 김장에 적히지 않은 비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5년 김장비용은 배추 20포기 기준 약 20만 1천 원입니다. 김장 재료를 사는 데 드는 돈이지, 집에서 일한 사람에게 지급한 돈은 아닙니다. 올해인 2026년 김장철 가격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여기에 시간을 넣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네 시간씩 일하고, 그 시간의 가치를 시간당 1만 원으로 잡으면 8만 원이 추가됩니다. 총비용은 약 28만 1천 원. 노동시간과 시간당 금액은 비교를 위한 가정입니다.
어차피 쉬는 날인데 내 시간에 왜 돈을 매겨?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쉬는 날 네 시간을 김장에 쓰면 그 시간에 하려던 일이나 휴식은 포기해야 합니다. 돈을 실제로 지급하지 않았어도 선택에는 비용이 있습니다.
싼 김치도 남기면 비싸진다
이제 포장김치가 1kg에 1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직접 담근 김치의 실제 비용이 28만 1천 원이라면, 약 28.1kg 이상을 먹어야 포장김치를 사는 것보다 돈을 아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담근 양’이 아니라 ‘먹은 양’입니다. 많이 담가도 식구들이 예전만큼 김치를 먹지 않아 오래 남긴다면, 한 입당 비용은 올라갑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조사에서 김장 수요를 줄이려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도 ‘가정 내 김치 소비량 감소’였습니다. 이 응답이 49.0%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장을 크게 해서 남기는 집이라면, 필요한 만큼 사 먹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김치를 많이 먹고 가족끼리 나눌 수 있다면, 직접 담그는 쪽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답을 가르는 것은 배추값 하나가 아니라 먹을 양과 들이는 시간입니다.
사람들이 절임배추를 사는 이유
김장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하는 집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조사에서는 김장배추 구매 형태 중 절임배추가 58.9%를 차지했습니다. 절임배추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절이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었습니다.
절임배추 값에는 누군가 대신 한 일이 들어 있습니다. 집에서 하면 돈을 덜 내는 대신 시간을 쓰고, 사 오면 시간을 아끼는 대신 돈을 냅니다. 완제품 김치는 그 일을 더 많이 맡기는 선택입니다.
예전 김장은 이웃과 가족이 모여 일을 나누고 김치도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함께하면 한 집이 감당할 일이 줄어듭니다. 지금도 같이 담그고 나눠 먹을 수 있다면 그 방식에는 분명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해주면 공짜”라는 계산은 다릅니다. 그 계산에서 싼 것은 김치가 아니라 가족의 노동입니다.
저라면 김장을 결정하기 전에 지난해 김치를 얼마나 먹었는지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많이 먹는 집은 담그고, 적게 먹는 집은 필요한 만큼 삽니다. 그게 배추 한 포기의 가격보다 정확한 절약 기준입니다.
먹지 못할 양을 싸게 사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사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1인 가구의 소포장 쇼핑에서도 같은 계산을, 카페에 머무는 시간의 가치에서는 돈에 시간까지 더하는 선택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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